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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8

프라하 카를 대교의 육각형 눈송이와 독일 울름의 밀랍 논증

1609년 연말에 신성로마제국 황실 수학자 케플러가 프라하의 카를 대교를 걸었다. 때마침 눈이 내려 시가지를 온통 흰색으로 바꾸고 있었다. 외투에 떨어진 눈송이를 보니 곧장 녹아서 물로 변하였다. 눈송이의 크기도 형태도 다르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모습은 마치 별과 같았다.    이 시기에 케플러는 행성 운동에 대한 1, 2 법칙을 발견한 직후였다. 그가 천체의 구조에서 눈을 별처럼 바라보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가 발견한 행성 운동 1 법칙이란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수성과 금성과 지구, 그리고 지구 바깥으로 화성, 목성, 토성은 태양 둘레를 타원궤도로 돈다는 진술이고, 2 법칙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각 행성의 운동은 일정한 면적비율로 그들의 타원궤도를 휩쓸고 다닌다는 진술이다.    케플러는..

에세이 2024.10.28

구경꾼의 거리 두기

하늘은 순수한 이론적 대상으로 인간에게는 절대거리다. 우주 한가운데 놓인 인간이 밑을 제외하고 주변으로 둘러보면 하늘이 아닌 곳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탈레스가 우물에 빠졌다. 밤하늘의 고개를 쳐들고 별을 보려다가 발밑에 무엇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트라키아 시민 집안의 노예 출신인 하녀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는 이야기가 탈레스 우화다. 플라톤은 탈레스 우화에서 위의 것만을 보다가 아랫것을 보지 못한 철학자와 아래의 사태를 소상하게 알고 있던 하녀를 대비시켰다. 두 사람을 나란히 대비한다는 것은 양자를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겠다는 관점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론 작업을 주도하는 자가 구경꾼이고 구경꾼에게는 어떻게 보겠다는 관점이 있다. 이론은 보지 못하는 어떤 것으로 희랍어로 신적인 것을 ..

에세이 2024.10.20

말할 수 없는 것과 잔디밭 출입 금지

비트겐슈타인은 『논고』에서 파리가 유리병으로부터 나오는 길을 가리키므로 철학의 목표를 제시한다. 철학의 과제는 파리에게 나가는 길을 가리키고 보여주는 일이다. 그는 『노트북』 33.11에서 그림과 명제의 차이를 말하고 그림을 부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가 이렇게 묻는 까닭에는 명제와는 달리 보여주는 그림에 언어화될 수 없는 체험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중부 유럽 빈의 가장 부유한 철강업 가문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하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먼저 배에서 그다음에는 포병 작업장에서 복무하다가 우발적 폭발로 부상하여 크라쿠프 병원에 입원했다. 1916년 3월..

에세이 2024.10.09

철학적 원 사실과 70대

천안함은 해군 함정이고 세월호는 화물 여객선이다. 이 두 배는 각각 서해안에서 사고로 침몰하였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해군 병사 전원이 사망하였고, 세월호도 선체 결함과 운행 조작의 부주의로 대부분 안양 단원고 학생들과 다른 승객들도 전원이 사망하였다. 전자의 희생자는 국가가 보상하였고 후자는 국가를 향해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모양이다. 망자는 말이 없다. 이솝의 우화처럼 죽은 자의 슬픔을 함부로 말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증주의의 관점에서 배 전복 사건을 깨끗한 언어와 완벽한 프로토콜 언어로 규명하였다. 그러나 배 침몰 사건의 인과 관계에 대한 정설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가설과 증명으로 전개된 갑론을박만 있다. 철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플라톤은 『테아테토스』에서..

에세이 2024.10.03

독립문 하녀들과의 논쟁

오늘도 출판사에서 퇴근하면서 3호선 전철역에 내려서 독립문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며칠 전에 독립문 공원의 독립문에서 삼일 기념탑까지 가는 중앙보도로 지나다가 개를 데리고 잔디 한가운데로 횡보하는 여자를 보았는데 잔디 보호 지역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이후에 나는 그 여자와 그 여자가 데리고 다니는 개의 행위를 두고 대화하였는데 이성적 수준을 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했고 서대문구청에 신고하였더니 2, 3일 후에 신고 사항은 접수되었고 잘 조치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2024년 9월 30일 서대문구 접수번호 20240927805409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여자가 개를 데리고 독립문 중앙보도 블록을 지나다가 데리고 온 개와 함께 잔디 한가운데를 횡보하였다. 그냥 지나치..

에세이 2024.10.02

여호수아의 명령과 만추의 낙엽

언어 철학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문맥의 맥락과 사용 용도에 따라서 의미론을 구축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단어나 말이라도 그의 사용 용도에 따라 의미를 알아 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노동 현장에서‘벽돌!’이라고 말했다면, 발화 사용자의 발화에서 일어난 상황의 분석으로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쾅’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그것은 발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사태에서 그 의미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발사대에 선 누리 호를 TV로 시청하다 ..., 3, 2, 1, 0의 카운트를 듣는다면, 보는 것은 단어가 가리킨 대상의 직접적 사태이지 말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벽돌’이 일하는 동료들의 의사 소통 사태를 기술하는 대상 언어라면, ‘쾅’이라는 의..

에세이 2024.10.02

진리 개념과 외부 세계 존재 증명의 역설

진리는 무엇을 참이라고 진술할 때 관련되는 개념이다. 말을 꺼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맞으면 참,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다. 이것은 참과 거짓을 수동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다. 가만히 있으려고 거짓을 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능동적이다.현대 논리학자 타르스키는 일상 언어에서 사용하는 참이라는 관념을 도입하여 진리 개념을 분석하였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진리는 사실과 표현, 혹은 진술의 적합한 일치이다. veritas est adaequatio intellectus et rei라고 이른다. 어떠한 진술이라도 말로 외부세계 사태를 정확하게 기술하여 표현한다면 참으로 본다. 타르스키는 일상 언어의 참의 관념을 형식 언어에 담아서 진리 개념을 명료하게 하였다. 형식 언어란 참이나 거짓을 진술하는 표현들을 취급할 수..

에세이 2024.10.01

내일 일출의 불가능 논증과 확률

형이상학은 자연을 넘어선 대상을 탐구하는 철학의 분과이다. 왜, 세계가 존재하는지, 영혼이 있는지 혹은 정신이 존재하는지, 하나님이 계시는지, 계시면 알 수 있는지, 등, 주로 최후의 물음을 다룬다. 그러나 형이상학은 감각적인 경험 한계를 넘어선 인식의 요구 때문에 지난 세기에 혹독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멀쩡한 오감의 감각 기관으로 세계를 지각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 이외 철학에서는 버팀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칸트는 『미래 형이상학 서설』에서 수없이 많은 외부세계 실재의 존재 증명을 해왔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는 철학의 스캔들이라고 우려하였다. 칸트는 외부세계는 우리의 관찰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으로서 물 자체이므로 형이상학은 불가능하고, 형이상학..

에세이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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