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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 19

코페르니쿠스 체계 VS 인간의 “이상화된 위치”

천동설은 지구는 우주 중심에서 가만있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이론이다. 이와 반대로 코페르니쿠스 체계는 태양이 가만있고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돈다고 한다. 후자는 지구가 원래 있던 자리에 태양을 스위치 시키면서 태양의 위치를 우주 중심에서 약간 비켜놓았다. 코페르니쿠스는 코페르니쿠스 체계에서는 지구도 다른 별처럼 한 별이고 자연 운동을 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자 중세 대학에는 야단법석이 일어났다. 그동안 천동설 행성 체계를 지지하였던 7 학예 자유 인문학의 분과가 와해 되었기 때문이다. 문법, 수사학, 논리학의 3과목과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의 4과목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근대 과학이론의 발원에 대하여 화이트헤드나 쿤 같은 학자들은 중세 신학으로부터의 무의식적 도출로 본다. 어떤 학자들..

에세이 2024.09.30

갈릴레이의 위증과 『신곡』의 쑥대밭

1633년 6월 22일 로마의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수도원에서 70세의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에 출석하였다. 이곳 광장은 33년 전 부르노가 산채로 나뭇더미에 불태워져 잿더미로 변한 곳이다. 브루노와는 달리 갈릴레이는 아버지 빈센쵸의 아들임을 밝히면서 “지구는 움직이고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론은 틀렸음”을 맹세하였다. 이후 고향 피렌체로 돌아간 갈릴레이는 가택 연금 상태에서 마지막 인생을 보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그까짓 성당 안 나가면 그만이지 뭣 때문에 개고생이냐고 하겠다. 하지만 당시는 가톨릭교회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결정하였다. 개신교 군주들과 합스부르크 황실과 가톨릭은 국가와 민족의 존망을 걸고 30년간의 종교 전쟁을 치를 정도였다. 갈릴레이의 법정 최후진술은 사실을 왜곡한 철..

에세이 2024.09.29

「아테네 학당」의 새로운 읽기

바티칸의 교황 서제에 있는「아테네 학당」프레스코 정면에는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이 등장한다. 스승 플라톤은 왼손에 자신의 저작 『티마이오스』를 붙잡고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화랑 안으로 들어선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왼손에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붙잡고 오른손바닥으로 바닥 땅을 가리키며 중앙 회랑으로 들어선다. 프레스코 정면에 바라보았을 때 스승은 좌측에 서고 제자는 우측에서 각각 하늘과 땅을 지시하고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케임에 따르면,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에서 두 철학자가 이상론과 실재론이라는 인식론적 세계관을 대변하는 것 이외에 새롭게 부상한 태양 중심 세계상의 독법을 숨겨놓았다. 그 실마리는 지금까지..

에세이 2024.09.28

하이데거와 아렌트의 사랑

-1925년 마르부르크 대학 여름 학기- 1925년 여름 학기 마르부르크 대학 하이데거 세미나에서 가다머는 ‘최초의 인간이 고개를 들었을 때, 세계가 거기 있었다.’라고 메모하였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는 최초의 인간이 누구를 지칭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마르부르크 대학 교수진으로는 불트만, 하르트만, 폴 틸리히, 나트로프 등이 포진하였고, 학생들로는 가다머, 아렌트, 뢰비트. 슈트라우스, 클라린, 안더스, 요나스 등이 군집하고 있었다. 독일의 남부 지역은 신 칸트학파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전통 철학의 시각은 후설, 야스퍼스와 더불어 하이데거를 열외로 보았다. 하이데거는 후설의 조교로 시작하여 마르부르크 대학교수가 되었고 대학 개혁 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서 반동으로 찍혀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독일대..

에세이 2024.09.27

해리고지의 사랑

산자가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고,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전자가 타당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순율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고, 후자는 서양 중세 천년의 긴 역사에서 볼 수 있었듯이, 능치 못할 일이 없는 하나님의 능력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자의 영역은 각각 철학과 신학에 속한다. 서로를 관통하는 힘에 대하여 과학은 E=mc2로 정량화하였고 인문학은 E를 Love라고 노래 불러왔다. 혹자는 이를 도라고도 한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이 짙어지자, 히틀러는 그의 연인 에바와 결혼식을 올린 다음 동반자살 하였고, 1945년 7월 나치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자, 미 영 소는 7월 21일에서 8월 2일까지 포츠담에서 종전 협상을 개최하였다. 3명의 연합군 수..

에세이 2024.09.23

마르크스의 감각과 계급 투쟁

마르크스는 파리 망명 시절에 프랑크푸르트 민의원 출신인 민주주의 좌파 루게와 같이 발행한 1844년 『프랑스-독일 연감』에서 헤겔 『법철학』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헤겔 좌파라고 밝힌다. 1867년 『자본론』 1권의 뒷말에서 자신은 헤겔의 신비적 껍질 속에서 합리적 핵심을 발견하기 위해 변증법을 유물론적으로 뒤집고 싶다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이렇게까지 자신에서 헤겔을 내치지 못한 까닭은 그만큼 헤겔과의 사상적 결별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헤겔을 좌우와 중도파로 나누는 것은 슈트라우스가 『예수의 생애』을 출간하면서 분류한 헤겔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헤겔 철학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종교 철학이 놓여있었기 때문에 헤겔 우파는 헤겔을 기독교 철학의 완성자로 보았다. 반면에 헤겔 좌파는 변증법적 무..

에세이 2024.09.20

루체른의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부고

]1882년 5월 프랑스 사진작가 보네는 스위스 루체른의 스튜디오에서 한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자가 마차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여성은 수레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체 손에 라일락 치킨의 채찍을 들고 있다. 두 남성은 정장에 팔에 완장을 두르고 ‘징집된 마차’에 마구를 끄는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남성은 말처럼 수레에 몸을 묶었고, 서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이 사진에 드러난 이미지는 니체의 제안이다. 니체는 이 사진으로, 21세 여대생, 32세 철학박사, 37세 전직 대학교수의 “삼위일체” 관계를 완벽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진 안의 여성은 1861년 2월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짜르 황제의 장군과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세이 2024.09.20

두 미소와 미소 지각

광화문에서 세종로가 시작된다. 광화의 한자는 광光에 될 화化다. 비슷한 단어가 광복이다. 광복에는 돌아올 복復이 있다. 광화는 빛이 되고 광복은 빛이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빛으로 하고 되는 일은 많다. 뉴턴은 젊은 시절 흑사병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이 폐쇄되자, 고향집에서 방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실험을 하였다. 어둔 방안이 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빛이 통과하는 틈에 프리즘을 갖다 대었다. 놀랍게도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이 비쳤다. 자신이 케임브리지 캠 강에서 열린 자선 시장에서 직접 프리즘을 사서 깎고 갈아 만든 렌즈였다. 이번에는 반대편 벽에 부딪친 빛의 줄기에 또다시 프리즘을 갖다 대니, 무지개 색은 처음 방안으로 들어왔을 때의 백광으로 돌아갔다. 뉴턴은 이 실험으로 빛이 최단 거리로 직진하다가 매질..

에세이 2024.09.18

인간의 나르시스 징후와 직립 보행

프로이트는 코페르니쿠스 체계는 인간이 전체 우주 가운데 일종의 나르시스 징후로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한 존재임을 알아차려 버리므로 인류에게 회 까닥하는 모욕감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미소년이 숲속의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자신을 사랑하다가 결국은 쪽팔리게 되어 창피해진 감정을 그렇게 분석한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를 우주의 변방으로 놓고 세계중심에서 더할 나위 없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위치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한갓 떠돌이별로 전락한 지구에서 황량하기 그지없는 정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파스칼은 프로이트와 같은 모욕적 감정이 없이도 새롭게 생겨난 공간에 대하여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은 나를 두렵게 한다고 했다.  일찍부터 신라의 고승 원효는 ‘누가 나에게 자..

에세이 2024.09.18

생명은 외계에서 왔다.

단테는 1300년 4월 부활주일 수요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항성천에 도착하였다. 그곳에 서니 온 우주는 주의 영광에 따라 빛이 덜 비치기도 더 비치기도 하였다. 모든 것이 성스럽고 자비로운 은혜로 이루어지니 만감이 교차했다. 베아트리체가 밑으로 내려다보라고 눈짓을 해서, 밑을 내려다보니 일곱 행성과 지구가 보였다. 베아트리체가 태양을 쳐다보자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눈 안을 응시하였다. 그 순간 두 연인은 달의 신비한 부분을 두고 특이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곳에서 살펴보니 어째서 달에 꺼무튀튀한 부분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단테는 중세학문의 최고의 권위자인 아베로이스 학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빛의 농도의 차이라고 답변한다. 그러자 베아트리체가 방긋 웃으며 틀렸다고 말하면서, 항성천은 많은 별들을 거느..

에세이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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