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5월 프랑스 사진작가 보네는 스위스 루체른의 스튜디오에서 한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자가 마차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여성은 수레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체 손에 라일락 치킨의 채찍을 들고 있다. 두 남성은 정장에 팔에 완장을 두르고 ‘징집된 마차’에 마구를 끄는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남성은 말처럼 수레에 몸을 묶었고, 서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이 사진에 드러난 이미지는 니체의 제안이다. 니체는 이 사진으로, 21세 여대생, 32세 철학박사, 37세 전직 대학교수의 “삼위일체” 관계를 완벽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진 안의 여성은 1861년 2월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짜르 황제의 장군과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루 살로메다. 그녀는 제정러시아에서 귀족 품위를 받은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18세에 어머니와 같이 1880년 스위스 취리히대학으로 유학을 왔다. 대학에서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 취리히대학에 들어온 그녀는 신학, 철학 및 논리 강의에 참석하며 밤낮으로 공부했다. 그녀가 반년 후 육체적으로 지쳐 지속적인 기침으로 각혈하자, 어머니는 1882년 2월에 딸의 건강을 위해 따뜻한 공기가 있는 휴양지를 찾아 로마로 여행하였다. 두 모녀는 독일의 남작 출신의 여성인권운동가 말비다를 만났고 그녀를 통하여 이 사진 속의 두 남성인 레와 니체를 만나게 되었다.
루체른의 삼위일체
사진 속의 파울 레는 라이프치히대학에서 1873년 바젤대학으로 와서 5세 연상의 니체 강의를 듣고 심취하여 친구 관계로 발전한 철학도이다. 그는 1875년 할레대학에서 30여 페이지의 라틴어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니체를 따라 말비다의 인적 네트워크에 들어와 남부 이탈리아의 유명한 휴양도시 소렌토에 머물고 있었다. 니체는 1881년부터 스위스 실스를 축으로 이탈리아와 여행과 집필 활동에 몰두하다가 제노바에서 레가 보내온 러시아에서 온 소녀에 대한 편지를 받았다. 레는 니체보다 먼저 살로메를 로마에서 만나면서 이미 그녀에 빠져있었다.
니체는 당시 『즐거운 학문』을 탈고하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2년 정도는 결혼을 생각할 수 있다”라고 알린 다음 레를 통하여 그녀에게 결혼을 신청하라고 제안한 다음 시칠리아로 향한다. 이미 그녀와 어느 정도 가까워진 레는 4월 로마에서 니체에 소식에 궁금해 하면서 빨리 오라고 편지를 하였다. 시칠리아 메시나에서 머물던 니체는 레의 편지를 받고 곧장 로마로 향했다. 그는 로마에서 루와의 만남을 나름대로 ‘로마’라는 단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로마 roma 을 거꾸로 읽으면, 아모르 amor 이다. 라틴어로 아모르는 ‘나는 사랑하게 되리라’라는 미래형이다.
니체는 1882년 4월 25일 전날에 베드로 대성당 가까이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니체는 바티칸 광장에서 만난 살로메에게 두 손으로 활모양을 만든 다음 손을 내밀며 “어떤 별에서 떨어져 우리가 여기서 만나게 되었는가?”라며 인사한다. 두 남자는 이미 그녀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의 텍스트를 번개처럼 교환하고 수정하며 스케치 작업을 하면서 파리에서 연구 및 생활 공동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여기서 루체른의 사자 상의 정원에서 일어난 세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삼위일체” 개념이 탄생한다.
오르타
니체의 제안에 따라 이들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인 피에몬테의 오르타 호수로 향한다. 니체와 레가 먼저 출발하고 루와 어머니는 뒤따라오게 할 요량이었다. 병약한 니체는 여러 날 쓰러져 레의 도움을 받아가며 밀라노에서 다시 한번 만난 다음 1882년 5월 5일 오르타 마을에 도착한다. 니체는 노련하게 레와 루의 어머니를 따돌리고 루와 단둘이 소풍을 계획한다. 그들이 몽테 사크로에서 머물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루의 어머니와 레는 오르타 호수 여관에서 애타게 기다렸지만, 두 사람은 이날 늦게 돌아왔다. 루는 “우리는 같이 북이탈리아 호수에서 머물렀다. 가까이 놓인 몽테 사크로가 우리를 붙들어 매었다. 니체와 내가 오랫동안 몽테 사크로에 머물고 있어서 어머니가 아프게 되었다.”라고 적었다. 니체는 “들짐승이 우리를 통하여 머리를 숨긴다.”라며 그녀와 가까이 있었던 순간을 그렸다.
몽테사크로
니체는 짧은 순간이지만 로마에서 사크로까지 올라오면서 그녀에게 반복하여 청혼하였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했다. 니체는 바그너와 맺은 인연을 루체른 지역을 선택하여 3인이 연출할 수 있는 “삼위일체”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루체른의 회동 이후, 레는 두 여성과 함께 취리히에서 몇 주 머물렀다가 당시 서프로이센의 집안의 영지로 떠났다. 루와 루의 어머니는 친척이 있는 함부르크로 갔다. 니체는 6월 바이로이트 축제 이후 나움부르크에서 루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낼 계획을 짠다. 니체는 5월 25일 나움부르크에서 편지를 쓴다. “나이팅게일이 내 창가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 내가 혼자 있을 때, 나는 아주 종종 나의 가장 큰 기쁨으로 너의 이름을 종종 불러본다.” 니체는 마침내 루의 승낙을 받아낸다. 니체는 7월 13일 친구 가스트에게 편지를 날렸다. “하늘이 밝아졌다. .... 루는 스무 살이다. 독수리같이 날카롭고, 사자같이 용맹하다. 동화와 같은 아이다. 그녀는 바이로이트로 날 보러 온다. 그리고 가을에는 같이 빈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는 한집에서 살게 될 것이고 함께 일할 것이다. 그녀는 놀랄만한 방식으로 내 생각과 사고방식을 따라왔다.”라며 꿈에 부풀었다.
타우텐부르크(국제 니체학회)
루는 1882년 7월 26일 바이로이트 축제가 시작되기 전 니체를 만나기 위해 타우링가의 타우텐부르크로 향한다. 그녀는 8월 7일부터 8월 26일까지 니체와 그의 누이동생 엘리자베스와 함께 타우텐부르크 개신교 목회 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루는 그녀의 시를 니체에게 주기도 하며 매일 몇 시간 동안 숲속을 배회하며 종종 밤늦게까지 토론하였다. 이때 니체는 루를 “형제의 두뇌”로 경험하며 그녀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하였다.
니체와 살로메가 헤어지는 배경에는 그의 누이동생 엘리자베스의 의중이 결정적이었다. 누이동생은 루체른의 “삼위일체”의 사진을 걸고넘어졌다. 오빠가 채찍질 당하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은 수치이자 모욕이었다는 것이다. 루가 쏘아댔다. “누가 같이 지내자는 계획을 더럽혔나? 누가 먼저 정신적 우정을 시작했나? 누가 먼저 거친 결혼을 생각했나? 당신의 오빠야!” “당신의 고귀하고 순수하고 숭고한 오빠가 거친 결혼이라는 더러운 의도를 가졌다!” “내가 당신의 오빠로부터 무언가를 하거나 그를 사랑하거나 하는 것만을, 내가 그와 함께 한방에서 충분한 생각도 없이 잘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도 마세요.” 연인의 입에서 이 정도까지 말이 나왔으면 더 이상의 결혼은 없다. 니체는 1882년 4월부터 루를 만나 사랑했지만, 여동생 엘리자베스의 개입으로 애정이 무너지고 마침내 사랑은 종료되었다.
“삼위일체”는 1882년 10월 라이프치히에서 다시 만났지만, 레와 루는 함께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니체는 기분이 상하여 두 사람을 모욕하는 편지를 썼다. 이 기간에 니체는 그의 유명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1부를 썼다. “여자한테 가? 채찍을 잊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실연의 정황을 대변한다. 이 책은 니체가 “그녀의 지적 영향 없이는 쓸 수 없었다.’라고 고백한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방식으로 하나님의 죽음을 기술한다. 하나는 ‘하나님이 죽었다’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죽였다’이다. 자동사와 타동사 때문에 죽음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 그가 맹세한 하나님의 죽음은 사실과는 무관한 새빨간 거짓말 부고다. 하지만 유럽 지성계에서 명제가 정보로 떠돌게 된 상황에서, 이 부고장은 루체른 “삼위일체”의 숙명이었다.
어쩌면 루가 조금이라도 니체를 더 다독였더라면 니체의 험악한 입술은 조금이라도 덜 했을 것이고 부고장 발송을 말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니체가 진정으로 루에게 복수를 원했다면 하나님은 살아계신다고 말했어야 더 좋았을 것이라고 충고할 수 있다. 폭파 면허증도 없는 그가 터뜨렸다고 으스댄다지만 안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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