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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공산주의자 엥겔스의 「신앙의 승리」

“슈티르너를 봐, 모두 평화로운 적! 지금은 맥주를 마시지만, 곧 피를 물처럼 마실 거야. 다른 사람이 ‘왕들을 타도하라!’라고 외치면 슈티르너는 즉시 ‘법률도 타도하라!’라고 덧붙인다.”  늙은 공산주의자 엥겔스가 1842년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트라세 84번지 히펠 바인바를 방문했을 때 헤겔 좌파 모임을 연필로 스케치하면서 슈티르너에게 붙였던 운율이다. 헤겔주의자 대부 루게와 좌파의 수장 바우어가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슈티르너는 바우어 뒤에 섰고 우측 식탁 의자에 베를린 불도로 알려진 쾹켄이 시니컬 하게 앉아있다. 엥겔스가 50년이 지난 후에 「신앙의 승리」 시에서 슈티르너는 ‘위대한 친구’였다고 회상했을 때, 독일에서 헤겔 좌파는 이미 사라졌고, 신 칸트학파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다. 엥겔스가 ..

에세이 2024.12.02

우주에 숨어있는 힘

영국의 렌, 후크, 핼리는 1684년 1월 왕립학회 회의가 끝난 후 커피숍에서 모였다. 이들이 모인 위치는 템스강을 낀 버킹엄 궁정 우측과 세인트 폴 대성당 사이에 위치하는 그레시안 커피하우스가 아닌가 한다. 렌은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은 건축가이자 런던 그레셤 대학교수였고, 후크 역시 같은 대학의 기하학 교수이고 핼리는 나중에 옥스퍼드 대학교수가 되었는데, 교수가 되기 전에는 세인트 헬레나 섬에 천문대를 건설하고 1682년 혜성을 관측하였던 천문학자다. 세 사람의 화두는 태양을 중심으로 각 행성이 휩쓸고 다니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의 경로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행성은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밝혀놓았던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이다, 핼리는 행성들이 태양에 끌려다..

에세이 2024.11.21

신앙인과 하나님의 계시

1521년 보름스의 제국의회에서 카를 5세 황제 앞에 선 루터 서양은 2000년 이래 신앙을 두 가지 사안에 관련시킨다. 신앙은 어떤 무엇인가에 속하고, 어느 누군가를 믿는 것에 속한다. 어느 누군가를 믿으면 어느 누군가는 인격적 존재이고, 어떤 무엇을 믿으면 어떤 무엇은 사물에 관계한다. 어느 누군가를 믿고 어떤 무엇을 믿는다면, “어떤 주어진 사태를 참으로 받아들인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사태를 p라고 하였을 때, 인격과 사물이 분리되지 않는 한, 신앙은 p를 아는 자와 p를 믿는 자는 “그건 그렇고 다를 수 없다.”라는 사태를 승인한다. 양자는 p의 사태를 참으로 보고 단숨에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자는 현안이 되는 사태를 꽤 뚫기 때문에 알고, 후자는 꽤 뚫지는 못하지만, 사태가 그..

에세이 2024.11.11

히스테리와 무의식의 기원

프로이트는 1856년 5월 6일 체코의 프르지보르에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족이 1860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사하면서 1873년에 빈 대학에 들어가 1881년 의학박사를 받았다. 프로이트는 1882년에 의사, 1885년에 빈 대학의 신경 병리학 강사로 임용되어 1902년에 부교수 1920년에 정교수가 되었다. 프로이트는 나치 독일에 의한 오스트리아 병합 이후 1938년 여름 영국으로 망명하여 1939년 9월 23일 런던에서 사망했다.                                          빈의 중심가 베르크가세 19번지의 프로이트 박물관에는 그가 생전에 남긴 유품을 보존하고 있다. 황제들이 태어나고 거주하였던 호프부르크 황궁과 쉔브론 궁전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지는 않다..

에세이 2024.11.04

헤겔 좌파의 수장 바우어와 세금 징수

엥겔스가 1842년 경 연필로 드로잉한 베를린 프랑스 거리의 히펠 와인 카페 - (좌측부터 루게, 뷸, 나우베르크, 브루노 바우어, 비간트, 에드거 바우어, 스티르너, 메이옌, 익명의 3명, 의자에 앉은 베를린 불교도 퀩켄)-    청년 헤겔주의자들은  헤겔 강의를 직접 들은 1세대 제자들과 그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배운 2세대 제자들이다. 그들은 1831년 헤겔 사후 1830년대 후반에 프로이센에 만연했던 억압적인 정치적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유 지식인의 토론 집단을 형성하였다. 그들은 대학에 발을 들려놓았다가 물러나 중도 하차했거나 언론계나 중고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현존하는 세계, 혹은 존재를 비판하는 방법으로 헤겔의 변증법을 채택하여 당시 독일 현실의 이성적 역사 발전의 원리를 해명하였다. 이..

에세이 2024.11.02

프라하 카를 대교의 육각형 눈송이와 독일 울름의 밀랍 논증

1609년 연말에 신성로마제국 황실 수학자 케플러가 프라하의 카를 대교를 걸었다. 때마침 눈이 내려 시가지를 온통 흰색으로 바꾸고 있었다. 외투에 떨어진 눈송이를 보니 곧장 녹아서 물로 변하였다. 눈송이의 크기도 형태도 다르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모습은 마치 별과 같았다.    이 시기에 케플러는 행성 운동에 대한 1, 2 법칙을 발견한 직후였다. 그가 천체의 구조에서 눈을 별처럼 바라보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가 발견한 행성 운동 1 법칙이란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수성과 금성과 지구, 그리고 지구 바깥으로 화성, 목성, 토성은 태양 둘레를 타원궤도로 돈다는 진술이고, 2 법칙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각 행성의 운동은 일정한 면적비율로 그들의 타원궤도를 휩쓸고 다닌다는 진술이다.    케플러는..

에세이 2024.10.28

구경꾼의 거리 두기

하늘은 순수한 이론적 대상으로 인간에게는 절대거리다. 우주 한가운데 놓인 인간이 밑을 제외하고 주변으로 둘러보면 하늘이 아닌 곳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탈레스가 우물에 빠졌다. 밤하늘의 고개를 쳐들고 별을 보려다가 발밑에 무엇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트라키아 시민 집안의 노예 출신인 하녀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는 이야기가 탈레스 우화다. 플라톤은 탈레스 우화에서 위의 것만을 보다가 아랫것을 보지 못한 철학자와 아래의 사태를 소상하게 알고 있던 하녀를 대비시켰다. 두 사람을 나란히 대비한다는 것은 양자를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겠다는 관점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론 작업을 주도하는 자가 구경꾼이고 구경꾼에게는 어떻게 보겠다는 관점이 있다. 이론은 보지 못하는 어떤 것으로 희랍어로 신적인 것을 ..

에세이 2024.10.20

말할 수 없는 것과 잔디밭 출입 금지

비트겐슈타인은 『논고』에서 파리가 유리병으로부터 나오는 길을 가리키므로 철학의 목표를 제시한다. 철학의 과제는 파리에게 나가는 길을 가리키고 보여주는 일이다. 그는 『노트북』 33.11에서 그림과 명제의 차이를 말하고 그림을 부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가 이렇게 묻는 까닭에는 명제와는 달리 보여주는 그림에 언어화될 수 없는 체험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중부 유럽 빈의 가장 부유한 철강업 가문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하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먼저 배에서 그다음에는 포병 작업장에서 복무하다가 우발적 폭발로 부상하여 크라쿠프 병원에 입원했다. 1916년 3월..

에세이 2024.10.09

철학적 원 사실과 70대

천안함은 해군 함정이고 세월호는 화물 여객선이다. 이 두 배는 각각 서해안에서 사고로 침몰하였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해군 병사 전원이 사망하였고, 세월호도 선체 결함과 운행 조작의 부주의로 대부분 안양 단원고 학생들과 다른 승객들도 전원이 사망하였다. 전자의 희생자는 국가가 보상하였고 후자는 국가를 향해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모양이다. 망자는 말이 없다. 이솝의 우화처럼 죽은 자의 슬픔을 함부로 말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증주의의 관점에서 배 전복 사건을 깨끗한 언어와 완벽한 프로토콜 언어로 규명하였다. 그러나 배 침몰 사건의 인과 관계에 대한 정설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가설과 증명으로 전개된 갑론을박만 있다. 철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플라톤은 『테아테토스』에서..

에세이 2024.10.03

독립문 하녀들과의 논쟁

오늘도 출판사에서 퇴근하면서 3호선 전철역에 내려서 독립문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며칠 전에 독립문 공원의 독립문에서 삼일 기념탑까지 가는 중앙보도로 지나다가 개를 데리고 잔디 한가운데로 횡보하는 여자를 보았는데 잔디 보호 지역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이후에 나는 그 여자와 그 여자가 데리고 다니는 개의 행위를 두고 대화하였는데 이성적 수준을 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했고 서대문구청에 신고하였더니 2, 3일 후에 신고 사항은 접수되었고 잘 조치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2024년 9월 30일 서대문구 접수번호 20240927805409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여자가 개를 데리고 독립문 중앙보도 블록을 지나다가 데리고 온 개와 함께 잔디 한가운데를 횡보하였다. 그냥 지나치..

에세이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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