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판사에서 퇴근하면서 3호선 전철역에 내려서 독립문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며칠 전에 독립문 공원의 독립문에서 삼일 기념탑까지 가는 중앙보도로 지나다가 개를 데리고 잔디 한가운데로 횡보하는 여자를 보았는데 잔디 보호 지역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이후에 나는 그 여자와 그 여자가 데리고 다니는 개의 행위를 두고 대화하였는데 이성적 수준을 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했고 서대문구청에 신고하였더니 2, 3일 후에 신고 사항은 접수되었고 잘 조치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2024년 9월 30일 서대문구 접수번호 20240927805409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여자가 개를 데리고 독립문 중앙보도 블록을 지나다가 데리고 온 개와 함께 잔디 한가운데를 횡보하였다. 그냥 지나치면 그만일 텐데 또 잔디 보호 구역이니 개를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다. 분명히 반말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왜 반말이냐고 대들어서 좋은 말로 바뀌어서 말했지만, 그 여자와의 더 이상의 대화 역시 불가능했다. 좀 더 대화를 해보니 여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치의 악담이 터지고 있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서, 그냥 실수로 지나갔으니 죄송하다면서 가면 그만일텐데 시인하지 않고 말로 공격하고 있다.도망가고 싶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서 참았다.
독립문 공원의 독립문은 조선말에서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1896년에서 1898년에 완공된 기념문이다. 독립문은 청일전쟁 이후 청의 패전으로 조선과 청의 조공 관계가 폐지되면서, 조선 국왕이 청의 칙사를 직접 나가 맞이하던 영은문 자리에서 세워진 것이라 한다. 독립신문과 독립협회가 모금했고 왕실의 기증으로 이 기념문이 건설되었다고 하니, 중국으로부터 한반도의 독립선언을 기념하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독립문에서 삼일 기념탑까지 박석으로 깔아놓은 중앙보도 블록은 황제나 왕이 다닐 수 있는 신도에 해당하는 길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가령 천안문이나 경복궁에 들어가 보면, 황제나 왕이 신하들의 조례를 받는 품계석에 그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한가운데를 비워놓은 중앙로와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도 중요한 기념일이 있으면, 동작동에 있는 현충문을 지나 현충탑으로 갔을 때, 중앙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한 것과도 같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자리를 걸으면서 그러한 역사적 의미를 멋지게 감상하며 지나갈 수 있다.
요즘 같은 민주주의에서 독립문 공원으로 개를 데리고 나오는 여자들은 혹은 남자들은 그까짓 퀘퀘 묵은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다닐 필요 없이 좀 공공 질서를 어기더라도 개들과 같이 잔디 위로 뛰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으로 서대문구청이 독립문 공원에 산책하는 길과 중요한 기념물을 제외하고는 개 공원을 설치하거나 잔디를 보호하는 길목에 CCTV를 설치는 것이 어떤가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독립문 공원에는 서대문형무소도 있고, 모화관 자리의 독립관도 있다. 서대문구청이 개들의 복지와 동물애호가와 동물권익 보호자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역사적 유물이 있더라도 부수고 허물어서 개 공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려고 하니, 보훈처나 문화재청이 협조를 구해 진행해야 할 것이다. 전에 공원 내에 시민들이 걷기 운동을 위해 정사각형으로 된 걷기 트랙이 있던 자리에 반을 떼서 주차장을 만든 것을 보면 못할 것도 없다.
우리가 자동차를 길거리 도로변에 주차하면 잠깐이라도 시간을 넘기면 범칙금 고지가 날아온다. 도로변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투척하여도 마찬가지다. 비록 잠깐이라도 공공장소에서 개를 잔디로 놀린다면 견주가 책임을 지고 벌금을 물어야 하는 일은 불문가지다. 이러한 제안을 하는 까닭은 퇴근길이나 독립문 공원을 산책할 때 여자들과 개들이 잔디 보호라고 적힌 팻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들락날락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당신이 개를 무단으로 데리고 놀았으니 공공 법규위반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돌아가는 CCTV가 있다면 길고도 지루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이, 가볍게 한마디만 던지고 지나가도 방해를 받지 않고 계속 산책할 수 있다.
돌이켜 보니 독립문 공원은 극동아파트나 삼호아파트의 서대문구민이 이용하지만 도로 건너편의 종로구민도 산책하기 때문에 어디서 사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가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낫살이나 처먹은 놈이 간섭하느냐고 되받아친다. 말할 수 없는 수모와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영혼을 위로할 구원의 메아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를 ‘놈’으로 들었을 수도 있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더러운 소리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말하는 그 여자는 그녀의 어머니가 서대문구청 직원이었다고 그랬다. 어머니가 구청 직원이라고 했으니 지금까지 여성 구청장은 없었기 때문에 청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았다고 하더라도, 혹은 말단이었다 할지라도 서대문구청 직원 출신의 어머니의 딸이 마구 질러대는 막말을 듣고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이전의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씨가 다른 곳을 놔두고 이곳에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겠다는 모습을 아파트 창문으로 내다본 적이 있다. 물론 허가를 받았을 것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엄격한 잔디 출입금지 팻말을 적어놓지 않아서 그의 지지자들은 독립문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대선 출마 선언 장소를 독립문으로 정한 것을 보고 대통령을 해 먹으려는 자는 저런 정도의 독립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아마도 오늘 그 여자도 실제로는 황후의 의식으로 독립문 중앙보도 블록을 개를 데리고 걸으면서 자유롭게 개를 잔디 보호 구역으로 뛰어놀게 하였다. 보도블록 내부에 특별히 밧줄로 묶어 출입금지 팻말을 적어놓지 않은 것은, 독립문 공원 당국이 지엄한 최고 권력자가 이곳을 지나가려 하면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배려해 놓았기 때문이지 사람과 개가 뛰어다니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중앙보도블록 내부에는 줄도 없고 출입금지 팻말도 없기 때문에 몰라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발뺌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었더니, 자신의 사진을 찍었으면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겠다고 스마트폰 와치에 손을 갖다 대어서, 그러라고 그랬다. 이 여자와 개가 잔디밭을 활보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여자의 얼굴과 개의 품종을 알고 있어서 다음 번 산책에서 이들을 보면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지나치는 것이 맞지만 이날의 행실과 태도가 눈에 선하게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삼일 기념탑 앞의 잔디밭과 독립문 중앙보도블록 좌우의 잔디밭 등의 장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개들을 뛰놀게 하는 자들은 대부분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구분된다. 축구경기를 보려고 독립문 공원을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자들이 잔디 위에서 그런 짓들을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문제는 오늘도 내일도 시간이 나면 독립문 공원을 산책해야 하는데, 개를 데리고 나오는 여자들 혹은 남자들이 잔디 보호 팻말이 적힌 잔디밭을 횡보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또다시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생산력 증대의 측면에서 공산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남녀결혼도 계급투쟁도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개들을 데리고 잔디 보호 지역을 활보하는 남녀를 대상으로 계급투쟁을 해야 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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